풀무원녹즙(이대) 2021. 2. 16. 10:30

삼단봉
한자: 三段棒.
영어: Tactical(Three-tiered) Baton. Expandable baton.
호신용 타격 도구. 당연한 얘기지만 삼절곤과는 완전히 다른 물건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접히는 단봉.
짧은 봉이 3단으로 수납되어 평소에는 손잡이 부분 안에 밀려들어가 있다. 2단, 4단짜리도 있는데 이 또한 대개는 그냥 삼단봉이라고 부른다. 특히 경찰관과 보안업체 경비원들에게 사랑받는 무기인데, 근래에는 호신용 물품으로 찾는 일반인들도 적지 않다.
평상시(손잡이만 노출되어 있는 상태)에는 한두 뼘 남짓한 크기이다. 그래서 대단히 휴대성이 좋지만, 주머니에 넣기에는 좀 어정쩡한 크기다 보니 보통은 옆구리의 홀스터에 꽂거나 손가방에 넣어 다닌다. 은닉성을 강조하는 제품들은 대부분 16인치짜리로서 주머니에도 쏙 들어가는 사이즈이나 짧은 만큼 안전한 제압은 힘들어진다. 16인치보다도 짧은 12인치 제품도 있는데, 접은 길이가 12cm로 볼펜과 크게 다르지 않은 길이라 휴대성이 매우 좋다.
원래 각국의 경찰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평범한 봉을 사용했다. 튼튼하고 가격이 싸면서 위력도 좋고 사람을 죽이지 않고 제압하는 선에서 끝나기 때문에 경찰용으로는 제격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경찰은 90년대까지 톤파를 사용했고 상당한 효과를 보았다. 그러나 순찰 근무를 도는 경찰들 사이에서 점차 톤파가 길고 무겁고 불편하다는 여론이 나왔고, 결국 90년대를 지나면서 대부분 삼단봉을 차고 다니게 되었다. 현재는 기존의 톤파도 2단으로 접혀져 휴대성이 좋게 만든 것도 나온 상황.
대부분의 둔기류가 그렇듯, 삼단봉 또한 도검류에 비해 사용자가 사용하기에 심리적인 부담감이 적으며, 고도의 기술을 요하지 않는 단순한 가드 & 스텝 & 타격의 단순한 기본기만으로도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는 장점이 있다.

이 세상에 만능이란 없다.

1. 아예 효용이 없을 경우.
언제나 말은 참 쉽다. 삼단봉 역시 사람의 근력을 바탕으로 위력이 나오고, 근거리 무기인 만큼 이걸 휘두를 만한 공간에서는 상대 역시 반격할 수 있다. 애초에 힘없는 사람이 쓸 경우 아프기만 하고 상대 제압은 못 하거나, 도리어 상대가 대응법을 알고 있어서 대응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또한 삼단봉 소지자가 심리적인 이유로 공격을 주저할 경우, 삼단봉이 있더라도 소지자가 쫄았다는 것을 범죄자가 파악 함과 동시에 위협용으로서의 가치 조차 상실한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사용법을 반복훈련 해야 하는데... 호신용으로 삼단봉을 생각하는 사람치고 이런 꾸준한 훈련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게 문제다. 권총같은 완전히 차원이 다른 물건[16]이 아닌 이상, "뭐 하나 들면 짱 세진다"는 건 흔하면서도 치명적인 착각이다.

차라리 칼 같은 날붙이면 힘이 약간 부족한 사람이 들어도[17] 살상력은 충분하고, 상당한 시위효과가 발생할수 있으니 모르겠는데 삼단봉 같은 둔기류는 일단 이걸 들고 위협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아예 버려야 한다. 같은 둔기류 중에서도 삼단봉은 아무래도 얄쌍하게 생겨서 시위효과가 미미한 편이라, 경찰 같은 경우에도 삼단봉 들고가면 체포영장받은 조폭 같은 강력계 용의자들이 쫄질 않아서[18] 야구빠따 들고가야 겨우 쫄더라는 카더라까지 나돈다.

삼단봉의 재질이 강철이라 일단 아픈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통증과 제압력은 별개다... 예를 들어 상대가 술에 취해 고통을 덜 느끼거나 원래 맷집이 좋은 사람이라면 뼈가 부러져도 당장은 큰 트라우마가 없는 경우가 의외로 흔하다. 실제로 보통 사람들도 운동하다가 다쳤는데 그 당시에야 많이 아프겠지만 잠깐 참고 운동을 계속 하다가 나중에 보니 환부가 좀 부어있긴 하지만 딱히 불편한 점은 없어서 그냥 지내다 병원에 가보니 골절인 경우도 많지 않던가? 즉 통증이 심하다고 상대가 바로 무력화 되는 게 아니고, 범죄자의 신체 기능에 일시적이라도 지장이 와야 한다. 더 쉽게 말해서 통증이 느껴지건 안 느껴지건 뼈가 완전히 부러져서 덜렁거리기만 하고 못 움직일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움직이는데 문제가 생길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 호신용품을 꺼내는 바람에 사태가 더 악화되는 경우.
이런 공격용 무기는 상대방을 극도로 흥분하게 한다. 따라서 한 방에 무력화[19] 시키지 못 할 경우, 지갑이나 쌍코피 정도로 끝났을 상황이 진짜로 '오냐 오늘 너 죽이고 개값 물련다' 식의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게 되는 것이다. 애초에 사람을 공격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이성을 잃었다는 의미인지라,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라서 심지어 말리는 사람에게도 공격할 수 있을 정도인데, 하물며 삼단봉 같은 무기를 보면 더욱 흥분하고 자극받는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성 잃고 공격해온 상대가 자신이 총이나 석궁, 활, 가스총 같은 원거리무기나 카타나, 마체테, 전기톱, 네일배트, 도끼, 오함마 같은 절대 무사할것같지 않은 근접무기 즉, 가시적 위압이 있는 무기를 들고오지 않는 이상[20] 내가 먼저 공격했으니 당연하다며 '죄송합니다'라고 정신 차릴 일은 없을 것이다. 물론 이 경우 가해자는 무조건 장기 징역형을 선고받고 인생 끝장나지만 그 상황에서 거기까지 생각할 여유가 있으면 이런 경고 자체를 하지 않는다. 더구나 삼단봉을 빼앗기거나 하게 되면... 더 말할것도 없이 그야말로 최악의 시나리오. 무기를 빼앗겨 그 무기로 공격당하는 이런 뭐 같은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쉽게,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는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21] 이는 삼단봉 뿐만이 아닌 어떤 공격용 무기에도 해당되는 말이다.공격용 무기를 꺼냈다면 사투를 각오해야한다.

3. 과하게 효과를 봐서 아예 상대가 죽거나 큰 부상을 입을 경우.
사람은 대부분 급박한 상황에서 자기보호 본능이 발동할 경우 이성을 잃는다. 이건 싸이코패스라거나 정신이 나간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일반인도, 아니 오히려 평범한 일반인이기에 급박한 상황에서는 살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 육식동물은 먹이의 목숨을 끊거나 목적을 달성하는 수준에서 공격행동을 멈추곤 하지만 오히려 초식동물은 몰린상태에서 일정이상으로 위협을 받으면 미쳐버린 것처럼 길길이 날뛴다는 걸 생각해보자. 갑자기 범죄의 타겟에 된 상태에서 상대의 위협수준에 맞춰 과잉제압을 지양하며 적절한 강도로 제압을 시도하는 것은 평소에 격투기 등을 철저히 수련한다해도 보통사람은 해당 상황 자체에 익숙할수가 없기에 매우 힘든일이다. 당장 상대가 위협만 해서 돈만 챙기려는 건지, 말만 그렇게하고 어디 데려가서 강간이라도 하려는건지, 아니면 아예 나를 납치하거나 죽이려는 건지 피해자는 알 수 가 없고 공포에 빠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몸통이나 머리 혹은 관절 부위 등을 심하게 공격해서 정말로 상대가 불구가 되거나 사망에 이르는 경우.[22] 삼단봉 사용을 정식으로 인정 받은 경찰관이나 경비업체 직원 조차도 이런 경우 법적으로 곤란해진다. 그런데 그런 허가도 없는 민간인으로선 말을 할 필요도 없다. 물론 사정을 고려해서 처벌을 안 하고 넘어가는 일이 많지만 그것도 정도 문제고, 팔다리 부러지는 걸 넘어 관절이 아예 날아가는 등 너무 심하게 다치거나 죽는다면, 피해자 역시 처벌을 피할 수 없게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4. 하다못해 흉기를 막거나 파손하는 용도로서 사용하는 경우
호신 한답시고 굳이 상대를 두들겨 패거나 무력화 할 필요까지도 없이 상대의 무기나 움직임을 막는 정도만 해주어도 충분히 호신용품으로서의 역할은 다 했다고 볼 수 있다. 상대의 흉기를 쳐서 떨어뜨리게 만들거나 부러뜨려도 충분히 '무력화'가 되는데다가 설령 그렇게 하지 못했다 해도 적어도 흉기가 몸에 닿지 않게 블로킹 하는 정도로는 쓸 수는 있다. 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본인이 제대로 이성을 유지하고 훈련이 잘 되어있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고 무한정 휘두를 체력이 있는 것도 아니니 단순 시간벌기에 불과하다. 게다가 상대방의 한 쪽 손이 놀고있는 것도 아닌 이상 삼단봉을 가로채거나 뺏으려 할 수도 있으며 혹은 흉기를 막기위해 마구 휘두르다가 놓치는 경우도 있다.

최고의 호신술은 삼단봉을 갖고 무쌍을 펼치는 게 아니다. 언제까지나 튼튼한 두 다리로 열심히 달리는 것 & 나아가 이런 물건을 써야 할 상황을 최대한 피하는 주도면밀한 몸가짐. 그리고 자신이 참지 않을 경우 벌어질 사태를 항상 생각하며 당장의 굴욕을 참고 넘길 줄도 아는 인내심이며, 양아치가 "장애인 놀리기"를 시전하며 시비 걸고 병신취급한다고 넘어갈 필요 없다. 그놈이 감옥에 가고 싶어 환장한 것이 아닌 이상 당신의 몸에 직접적인 폭력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일은 없으니 그냥 무시하고 갈 길 가자. 정말로 꺼내야 된다면 선제공격은 절대로 삼가고 오직 방어나 거리를 벌리는 용도로 써라.